"이번 위기로 인한 부정적 영향 단기에 그치지 않을 것"
3년째 은행권 취업을 준비하는 최지연(28)씨는 요즘 절망감에 시달리고 있다. 가뜩이나 바늘 구멍 같던 취업의 문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더 좁아졌기 때문이다. 그는 대학 졸업 후 한번도 취직을 해본 적이 없다.
최씨는 "서울 상위권 대학을 졸업했는데도 취업이 이렇게 어려울 줄 몰랐다"면서 "자존감이 바닥으로 떨어진 상태라 수개월 째 친구도 만나지 않고 있는데, 점점 마음이 피폐해지는 기분"이라고 말했다.
수년째 이어졌던 취업난이 코로나19를 맞닥뜨리면서 가속화되는 가운데, 지난해 살면서 단 한번도 취업을 한 적이 없는 청년 실업자가 사상 최대인 32만명으로 나타났다. 전문대·대학에 재학 중이거나 학·석·박사를 졸업한 만 25~39세 가운데 단 한번도 취업을 한 적 없는 청년 실업자가 30만명을 넘어선 것은 관련 통계 작성을 시작한 지난 2000년 이후 처음이다.
25일 통계청 마이크로데이터(MDIS)에 따르면 대학(전문대 포함)을 다니고 있거나 졸업한 학사·석사·박사인 25∼39세 인구 중 취업 경력이 전혀 없는 ‘취업 무경험자’는 2020년 32만1654명으로 집계됐다. 청년층 취업 무경험자는 2019년(27만9627명)보다 15%(4만2026명) 늘어났다. 글로벌 금융 위기였던 지난 2008년 18만3161명의 1.75배였다.
이 같은 청년층 취업 무경험자 가운데 아예 구직 활동을 하지 않는 이른바 ‘니트족’(일을 하지 않고 일할 의지도 없는 청년 무직자)은 지난해 8만8788명이었다. 지난 2019년 니트족은 6만983명이었는데, 지난해 2만8000명 가까이 증가했다.
코로나19 이전에도 한국의 청년 고용 시장은 한파였다. 한국개발연구원(KDI)가 지난해 5월 발표한 ‘청년 고용의 현황 및 정책제언’ 보고서에도 이 같은 내용이 분석돼 있다. KDI는 당시 "연령별 인구 구성비의 변화를 보정할 경우 2016년 말부터 고용률이 하락한 것으로 나타나, 청년 고용상황 흐름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한국에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AD)를 배치하는 것에 중국이 반대해 지난 2016년부터 한·중 관계가 얼어붙어, 2016년 4분기 이후 중국인 관광객이 급감한 것이 고용에도 영향을 미쳤다. 서비스업 부문의 고용이 위축됐기 때문이다.
여기에 고용 효과가 큰 조선업⋅자동차 등 제조업 부문의 구조조정도 청년 고용 부진의 요인으로 작용했다. 2016년부터 단계적으로 실시된 정년 연장의 효과가 2017년부터 나타나기 시작한 점도 청년 고용에 일부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됐다.
◇ "청년층 취업 1년 늦어지면 연 평균 임금 8%가량 감소"
이처럼 안 그래도 불황이었던 청년 고용 시장에 코로나19는 엎친 데 덮친 격이었다. 경제 위기에서 비롯된 한국판 ‘잃어버린 세대’가 등장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잃어버린 세대는 일본의 거품 경제가 꺼진 1993∼2005년 당시 대학을 졸업하고 취업을 하지 못한 1970년대생을 일컫는 말이다.
일본의 잃어버린 세대는 오랜 기간 제대로 된 일자리를 찾지 못한 채 저임금 비정규직 노동자로 전락하거나, 장기간 실업 상태로 남으며 심각한 사회 문제로 대두됐다. 전문가들이 한국의 ‘코로나 發 잃어버린 세대’에 대한 우려를 표하는 이유다. 이들이 향후에도 임금 격차를 해소하지 못하고 장기적으로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20대 고용률, 청년실업률 등의 고공행진이 장기화되는 것이 전반적인 경제구조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우려한다. KDI 관계자는 "현재 노동시장 진입 단계에 있는 청년들의 경우 이번 위기로 인한 부정적 영향이 단기에 그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우리나라의 경우 전문대졸이나 대졸 노동시장에서 경력 상실로 인한 임금 손실이 특히 큰 것으로 추정되며, 첫 입직이 1년 늦을 경우 같은 연령의 근로자에 비해 첫 입직 후 10년 동안의 임금이 연평균 4~8% 낮아지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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