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채 찍어 자영업자 지원? 실업급여는 근로자가 낸 돈
방역조치 따른 손실 보상? 근로자 지원 요건은 '깐깐'
사진=연합뉴스
올해 정부 일자리사업 예산 총액은 30조 5481억원이다. 코로나19 상황을 감안해 지난해(25조4998억원)보다 5조483억원(19.8%) 늘어났다. 여기에는 100만명 이상의 직접일자리 예산은 물론 연인원 200만명 이상의 고용을 유지하기 위한 지원금, 매달 60만명 안팎의 실직자를 위한 실업급여, 창업 지원 등 각종 직업훈련비용 등이 모두 포함돼있다. 정부는 올해 약 78만명의 고용 유지 수요가 있다고 보고 고용유지지원금 1조3728억원을 편성했다.
정부의 방역조치 강화로 자영업이 큰 피해를 입긴 했지만 월 1조원이면 실직으로 생계수단을 잃은 60만~70만명에게 매달 180만원 가량의 생계비를 줄 수 있다. 최악의 고용충격이 있었던 지난해 기준으로도 12조원이면 실직자들에게 최대 9개월동안 최저임금 수준의 실업급여를 보장할 수 있는 금액이다.
박영범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한달에 25조원이라는 돈을 마련하는 것은 물론 자영업자의 경우 실제 소득 파악 자체가 불가능한데 무슨 근거로 지원금을 책정하겠다는 것이냐"며 "여야를 떠나 선거가 목적이라면 차라리 근로자와 자영업자를 구분하지 않고 모든 사람에게 일정 금액을 나눠주는 게 그나마 낫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하지만 근로자들이 받는 실업급여나 각종 지원금은 기본적으로 자신들이 평소에 낸 돈을 돌려받는 개념이다. 고용보험기금은 사업주와 근로자가 매달 급여에서 각각 0.8%씩 1.6%를 원천징수해 적립해놓은 통장이다. 매달 최저임금 수준의 실업급여를 받기 위해서는 최소 7개월간은 하루 8시간씩 꼬박 일해야 하고, 실업급여를 9개월동안 받기 위해서는 고용보험료를 10년 이상 납부하고 50세 이상 또는 장애인이어야 한다.
고액 연봉을 받으면서 고용보험료를 많이 냈다고 해서 실업급여를 많이 받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사회보험의 취지를 감안해 하루 상한액이 6만6000원으로 정해져있기 때문이다. 즉 억대 연봉을 받았더라도 실업급여액은 한달에 200만원을 넘지 않는다는 얘기다.
취업자 비중이 25%에 달하는 자영업 보호 필요성은 있지만 정부 정책이 지나치게 즉흥적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조준모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는 "코로나19 비상상황을 감안하더라도 사각지대 해소를 위한 전체적인 그림을 그려야 하는데 그때그때 추가하는 식으로 재정을 낭비하고 있다"며 "클레임이 나올 때마다 새로운 대책을 내놓는 것은 복지시스템 자체의 붕괴를 가져올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자영업자 지원은 소득 보전이 아니라 임대료나 공과금 같은 고정비에 대해 상한을 정해 지원하는 것이 그나마 보편적"이라고 덧붙였다.
근로자를 채용한 기업이 정부의 고용유지지원금을 받으려면 아무리 경영이 어려워도 근로자에게 평균임금의 70% 이상에 해당하는 휴업·휴직수당을 지급해야 한다. 신청요건도 재고량이 50% 이상 늘거나 생산량·매출액이 15% 이상 줄고, 정부(직업안정기관장)가 그 사유를 인정해야 가능하다. 휴업 판단 기준도 한달에 25%에 해당하는 기간 이상 사업장 문을 닫아야하고, 휴직은 근로자당 한 달 이상은 쉬게 해야 신청이 가능하다.
무급휴직·휴업 지원금은 그야말로 '그림의 떡'이다. 생산량·매출액이 30% 이상 줄었음을 입증해야 하고, 무엇보다 무급휴직에 앞서 3개월의 유급휴직 조치가 선행돼야 신청할 수 있다. 정부 지원액도 해당 근로자 평균임금의 50% 수준이다. 무급휴업지원금을 받으려며 노동위원회 승인도 거쳐야 한다. 정부지원을 받기 위한 휴업 규모도 까다롭다. 20인미만 영세 사업장이 무급휴업 지원금을 받으려면 10명 이상을 쉬게 해야 한다. "말이 좋아 지원이지, 기업이 망하고 난 뒤 인공호흡기 달아주는 제도"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정부도 무급휴직·휴업에 대한 지원이 까다롭다는 점은 인정하고 있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무급휴직 지원금은 기업이 최대한 버틸 수 있을 때까지 버틴 다음 신청하라는 취지"라며 "별다른 노력 없이 정부 지원만으로 연명하는 기업은 지원하지 않는다는 메시지도 있다"고 말했다.
백승현 기자 arg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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