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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로 증명된 공공의료의 힘…병상 10% 미만, 아직 갈 길 멀다 -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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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7.21 06:00 입력 2020.07.21 08:15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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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의료원장 좌담회 - 코로나19와 공공의료 확충

유완식 대구의료원장, 조승연 인천의료원장, 임승관 경기의료원 안성병원장(왼쪽부터)이 지난 13일 코로나19와 공공의료 확충 방안에 대해 대담하고 있다. 강윤중 기자

유완식 대구의료원장, 조승연 인천의료원장, 임승관 경기의료원 안성병원장(왼쪽부터)이 지난 13일 코로나19와 공공의료 확충 방안에 대해 대담하고 있다. 강윤중 기자

‘모든 국민은 보건에 관해 국가의 보호를 받는다.’ 헌법 36조3항. 코로나19 이후 한국 사회에서 우리는 이 법조항을 매일 체감하며 살고 있다. 감염병인 코로나19에 걸리면 한 번에 16만원인 진단검사 비용부터 수백만에서 수천만원에 이르는 치료비용을 전부 국가가 부담한다. 입원 치료가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공공병원을 중심으로 지정된 감염병 전담병원에서 치료를 받도록 돼 있기 때문에 개인이 치료받을 병원을 찾아 헤매다 치료 시기를 놓칠 일도 없다.

하지만 모든 국가가 이런 것은 아니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민간 건강보험이 일반적인 미국에서는 코로나19 진단검사 업체에 따라서 개인이 부담해야 할 검사비용이 100달러에서 2315달러로 천차만별이다.

공공의료보험, 공공병원, 공보의…. 이 모든 것은 ‘공공의료’라는 하나의 키워드로 연결된다. 코로나19를 계기로 ‘공공의료의 필요성이 입증됐다’고들 말한다. 하지만 코로나19와의 최전선에서 사투를 벌여온 지방의료원장들은 공공의료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이해가 여전히 부족함을 느낀다.

임승관 경기의료원 안성병원장은 “코로나19 환자의 96% 를 공공병원에서 담당하고 있는데, 병상의 90% 이상은 민간병원이 가지고 있다”며 “코로나19로 입증된 것은 감염병 위기 대응에 쉽게 동원 가능한 기관이 공공병원뿐이라는 점”이라고 말했다. “동원에 응답할 수밖에 없어 응답했고, 그래서 박수받는 것은 좋은데, 이것이 과연 공공의료 확충으로 연결될 수 있을지” 아직 확신하지 못하겠다는 것이다.

대구·경북 지역 집단감염 사태로 인해 전체 누적 확진자의 6% 이상을 홀로 감당할 수밖에 없었던 유완식 대구의료원장은 “정부가 2005년 공공보건의료 확충 종합대책을 만들어서 4조원을 투자해 공공의료기관을 30%까지 확충하겠다고 해놓고, 계획을 전혀 달성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국내 첫 코로나19 환자를 받은 후 6개월째 코로나19 환자만 전담하고 있는 조승연 인천의료원장(전국지방의료원연합회장)도 “필수적 의료서비스에는 원래 ‘공공’이라는 개념이 포함돼 있는데, 그간 우리가 영리주의적, 시장주의적 관점에만 꽂혀 있어 필수 의료서비스에 대한 관심이 덜했다”고 말했다.

경향신문은 지난 13일 이들 3명의 지방의료원장과 좌담회를 갖고 코로나19 속에서의 공공의료 역할이 어떠했는지, 앞으로 공공의료를 어떻게 확충하고 정비해 가야 하는지를 주제로 이야기를 나눴다.

코로나19 전담병원인 서울의료원 간호사들이 레벨D 방호복을 입고 음압병상으로 올라가고 있다. 이석우 기자

코로나19 전담병원인 서울의료원 간호사들이 레벨D 방호복을 입고 음압병상으로 올라가고 있다. 이석우 기자

“국방·교육처럼 의료도 필수 서비스…국가의 책임 늘려야”

코로나19 최전선에서 사투를 벌여온 유완식 대구의료원장, 조승연 인천의료원장(전국지방의료원연합회장), 임승관 경기의료원 안성병원장과 지난 13일 서울역사 회의실에서 코로나19 사태와 공공의료의 역할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이들은 공공의 영역에 속한다고 누구나 인식하는 국방이나 교육과 달리, 의료는 ‘공공’과 ‘민간’으로 나눠 사고하는 것부터가 단추를 잘못 끼우기 시작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규군이 5%밖에 되지 않는 군대가 전쟁을 치를 수 없는 것처럼, 5%도 채 되지 않는 공공병원으로는 코로나19와의 장기전에 대응하기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 지방의료원 “이미 소진 상태”

코로나 확진자 대부분은
지역 공공병원서 치료받아
사태 길어지며 의료진 ‘소진’

- 국내 코로나19 첫 환자가 발생한 지 약 6개월이 지났다. 그동안 코로나19 환자를 감당해내느라 정신이 없었을 것 같은데, 지난 6개월은 어땠나.

유완식(이하 유) = 대구지역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처음으로 발생한 것이 2월18일이다. 불과 일주일 후에는 코로나19 입원환자가 100명을 넘어섰다. 그때 우리 병원에는 감염내과 전문의 1명, 호흡기내과 전문의 2명 등 코로나19 환자를 볼 수 있는 의료진이 3명밖에 없었다. 감당이 안 돼 전문과목에 상관없이, 인턴·레지던트까지 60여명 되는 의사를 다 투입했다. 보건복지부에서 의사 13명을 보내줬는데 그래도 부족했다. 환자가 341명까지 늘어나 정신과 병실까지 다 비워서 받았다. 여태까지 치료한 코로나19 환자가 모두 851명인데, 무려 전체 확진자의 6.4%를 대구의료원이 감당한 거다.

임승관(이하 임) = 수도권은 지난 5월 초부터 이태원 관련 집단감염으로 환자가 크게 늘었다. 경기지역에는 안성병원을 비롯해 7개 지방의료원이 있는데, 그렇게 늘어난 환자의 92%가량을 여기서 받았다. 코로나19 진료를 담당하면서 자부심도 있고 배운 것도 많지만, 유행이 언제 끝날지 모르는 불확실한 상황이 길어지다보니 의료진이 많이 소진돼 있다.

조승연(이하 조) = 아시다시피 인천의료원은 국내 첫번째 코로나19 확진자를 치료한 곳이다. 그 후 많을 때는 환자 수가 120명 정도까지 늘어난 적도 있다. 인천에는 공공병원이라 할 만한 곳이 저희 병원밖에 없다. 중증환자는 인근 인하대병원 같은 곳에서 맡아주지만 지역 내 경증환자는 90% 정도가 다 인천의료원으로 온다. 심각한 문제라고 본다. 앞으로 대유행기가 닥치면 중증환자를 중심으로 사망률을 낮추는 치료가 필요한데, 그 상황이 되면 어떡하나 하는 불안감이 가장 크다. 또 계속 감염병만 보면 병원이 유지될 수 없는데, 언제 끝날지 모르니 병원 정상화에 대한 미래가 안 보여 답답하다.

■ “공공·민간의료 구분 자체 잘못”

한국 ‘시장주의 관점’ 치중에
정권 따라 ‘공공’ 개념 달라져

- 공공병원인 지방의료원이 없었다면 코로나19 대응이 불가능했을 것이다. 많은 이들이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공공의료의 필요성이 입증됐다’고 하는데, 과연 ‘공공의료’가 무엇인지부터 짚고 넘어갔으면 한다.

조 = 사실 외국에서는 공공의료라는 말을 쓰는 사람 자체가 없다. 교육이나 국방처럼, ‘의료’에 이미 공공이라는 개념이 포함돼 있다. 필수적 의료서비스는 다 공공의료라고 생각하면 된다. 군대 운영하라고 세금 내는 것처럼 공공의료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민간 영리주의적, 시장주의적 관점에 꽂혀 있어 필수 의료서비스라는 관점에는 관심이 없었다.

유 = 저도 공공의료기관과 민간의료기관으로 양분하는 것 자체가 틀렸다고 본다. 설립주체나 소요재원이 공공기관이면 공공병원이고, 민간이 만들면 민간병원이라고 봐야 하나? 하지만 요양병원을 보면 정부가 많은 비용을 지원하지 않나. 아니면 질이 낮으면 공공의료이고, 고급스러운 기술은 민간의료인가? 무엇을 기준으로 공공과 민간을 구분하는가.

임 = 공공의료 의미가 무엇인지 묻는 것은, ‘내가 아는 의료는 공공의료가 아니다’라는, 공공의료를 의료의 예외적인 개념으로 다룬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우리 사회는 교육, 국방은 공공의 영역으로 여기면서도 의료에서만은 민간이 기본이고, 공공을 예외로 다뤘다. 사람들이 (질 좋은) 공공의료를 누려온 어떤 경험치가 없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든다.

유 = ‘공공보건의료에 관한 법률’을 보면 ‘공공보건의료란 국가, 지방자치단체 및 보건의료기관이 지역·계층·분야에 관계없이 국민의 보편적인 의료 이용을 보장하고 건강을 보호·증진하는 모든 활동’이라고 돼 있다. 이 목적에 따라 복지부 장관이 5년마다 공공의료 기본계획을 수립하도록 돼 있다. 그런데 그 개념이 정부 계획이 발표될 때마다 바뀐다. 공공부문에 의해 제공되는 보건의료라고 했다가, 공공의 이익을 위한 보건의료라고 정의하기도 한다. 또 취약계층 중심으로 하겠다고 했다가, 모든 국민을 대상으로 하겠다고 했다가, 또 취약계층을 중심으로 하겠다고 목표를 바꾸는 식이다.

■ 공공의료 생태계를 바꿔야

1~4차 전달체계 모두 맡게
규모·인력 키우고 수준 향상
운영비 따지면 공공의료 못해

의사 인력 확보가 가장 시급
훈련·지원 ‘생태계’ 조성 필요
복지부가 ‘조율 역할’ 하도록
정부, 인력·조직 개편 나서야

- 공공의료 확충을 두고 공공부문 의사 수 증원, 지방의료원 등 공공병원 증설 등 각종 해법이 나오고 있다. 어떤 방식으로 가야 한다고 생각하나.

조 = 우선 (턱없이 부족한) 인력과 병상 비율을 끌어올려야 한다. 미국이나 일본처럼 공공병원이 적다고 하는 나라조차도 우리보다 수적으로 5~6배 많다. 우리는 숫자뿐 아니라 규모도 5분의 1 수준이다. 일본 공공병원은 거의 대학병원 수준인데, 우리는 공공병원이 외국의 보건소 수준이다. 중증이 터지면 공공병원이 할 수 있는 일이 거의 없다. 공공병원을 늘리는 것은 마치 전쟁에서 정규군을 늘리는 것과 같다. 현재 공공병원 수가 전체 병원의 5.7%(2018년 기준)인데, 정규군을 5%만 둔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병원 숫자가 아니라 공공병원이 담당할 수 있는 환자 규모를 적어도 20% 수준까지는 올려야 한다.

임 = 교육 문제가 사교육 하나 잡는다고 해결되지 않는 것처럼, 의료 문제도 방향성과 근간을 공공의료에 두면서 풀어가야 한다. 현재 한국의 의료전달체계를 1~4차로 나눈다면, 공공부문은 2차 의료전달체계 이상이 없다. 지방의료원이나 적십자병원 같은 공공병원은 규모가 200~300병상 정도인 데다, 2차 진료 중에서도 하위 기능만 맡고 있을 뿐이다. 3~4차 진료는 대체로 민간영역에서 한다. 앞으로는 1000~1500병상의 공공병원을 시·도마다 만들어서, 공공의료 생태계가 1차부터 3·4차까지 이어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 공공병원 수를 늘리면 적자운영되는 병원만 늘게 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조 = 민간병원은 낮은 수가체제에서 이익을 내기 위해 과잉진료를 해서 먹고산다. 공공병원은 과잉진료나 비급여진료 같은 것을 안 하기 때문에 민간병원보다 진료비가 2~3배 낮아 적자가 나는 구조다. 공공병원에 적자를 내지 말라고 하면 응급실, 중환자실 문 닫고 직원 중 고액연봉자들을 다른 곳으로 보내야 한다. 운영비를 가지고 따지기 시작하면 절대 공공의료를 할 수 없다.

유 = 그렇게 지어놓더라도 일하겠다는 의사가 없으면 문제가 된다. 정부가 10년간 4000명의 의사를 양성하겠다고 하는데, 그렇게 배출된 의사들이 대도시 인기과목에 편중될 수도 있다.

조 = 의사인력을 늘리고, 필수의료 분야 특히 공공 분야 의료인력을 채우는 것이 모든 과제보다 우선돼야 한다. 이들을 어떻게 성형외과가 아닌 지방의료원 응급실에서 일하도록 끌어들일 수 있을지 하는 고민에서 시작해야 한다.

임 = 공공의대 신설 이야기가 나오는데, 그게 전부는 아니다. 이를 계기로 담론화가 시작되는 것이다. 의료인력이 일할 수 있는 공공병원 생태계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상위 공공병원을 권역별로 만들고, 이들을 네트워킹해 의료인력을 훈련하고 지원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돼야 한다. 거버넌스 개편도 필요하다. 군병원은 국방부, 국립대학병원은 교육부, 여기에 지방정부까지 온갖 부처 산하의 병원들이 모여 공공병원을 형성하다보니 공공의료가 조각조각 나서 다 찢어져 있다. 복지부가 공공의료를 조율할 수 있도록 정부가 인력과 조직을 개편해 힘을 실어줘야 한다.

#‘코로나19’ 사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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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ly 21, 2020 at 04:00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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