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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침에] 홍콩의 '때리는 할매' - 미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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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여행을 다녀온 분으로부터 ‘때리는 할매’ 이야기를 들었다. 홍콩의 좋다는 곳을 찾아 돌아다니다가 어느 거리에서 좌판 앞에 앉아있는 할머니를 만났단다. 할머니가 그에게 미워하는 사람의 이름을 말하라고 했을 때, 그는 잠시 망설이다 한 사람의 이름을 적었다. 아무리 노력해도 좋아지지 않던 어떤 사람이었단다.

할머니는 부적 하나에 그 이름을 천천히 옮겨 적은 다음, 자신이 들고 있던 낡은 운동화로 있는 힘껏 때리기 시작했다. 그것도 무려 15분 동안이나! 부적은 금세 누더기가 되었다. 할머니는 주문을 외우더니 부적을 불에 태워 재로 날려버렸다. 마음속 체증이 내려가는 듯했다. 그는 그 속에서 진정한 위로를 받았다고 했다.

이야기를 들으면서 빙긋이 웃음이 나왔다. 이제 그의 얘기를 들었던 사람들은 바쁜 시간 쪼개고 가벼운 주머니 축내며 홍콩까지 갈 필요도 없이, 자기네 집 뒷마당에서 할매의 비법으로 속병을 치료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물은 흘러야 한다. 흐르지 못하면 고이고, 고인 물은 썩기 마련이다. 썩은 냄새는 세상을 어지럽게 한다. 생각도 마음도 흘러야 한다. 흐르지 못하면 썩고, 썩으면 냄새가 난다. 그게 세상의 이치다.

그런데 주위 사람 모두가 냄새를 느끼는데 정작 본인은 모른다. 내 속에서 풍기는 고약한 냄새를 나만 모르는 것이다. 당신도 나도 그 중 한 사람일 수 있지만, 그렇게 마음에 병이 들어 사람이 시나브로 망가지게 된다. 혼자 망가지는 것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주위 사람도 함께 힘들어지는 게 더 큰 문제다.

밀폐된 공간 여러 사람이 모인 자리에서 누군가 방귀를 뀌었다. 지독한 냄새였다. 문을 열 수도 없고, 앉아있던 사람 모두가 살래살래 손을 내저었다. 그러면서 민망한 표정으로 고개를 돌려가며 서로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참고 참았다가 하는 수 없이 냄새를 내 보낸 분의 심정이 이해가 되었다. 나도 언젠가 그랬던 적이 있었으니까.

참은 방귀가 독하다, 는 옛말이 있다. 마음속에 차있는 불평은 언젠가는 폭발한다. 제때 풀었더라면 별것도 아닌 일인데, 시간이 지나면서 심각한 모습으로 변해버리는 경우가 많다. 성인이 아니라면 사람마다 불평불만 몇 개나 싫어하는 사람을 심중에 지니고 있으리라 믿는다. 직장 상사, 헤어진 연인, 그까짓 담배하나 못 끊는 남편, 속 썩이는 아들 놈 등, 그 종류가 실로 천태만상일 터이다.

불만이나 미움이 쌓이면 마음에 멍이 든다. 그것들이 가슴에 ‘사무치는’ 정도에 이르기 전에, 빵 하고 터지기 전에, 지독한 냄새를 풍기는 ‘참은 방귀’가 되기 전에, 내 보내야만 한다. 다른 누구보다도 자신을 위해서, 가정의 평화와 행복을 위해 필요한 일이다. 곰곰이 따지고 보면 그 일은 국가와 민족을 위한, 크게 애국 애족하는 길이기도 하다.

때리는 할매, 이야기를 다시 생각해본다. 나도, 낡은 운동화를 버리지 말고 신장 안에 넣어두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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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ly 20, 2020 at 06:15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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