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이 당초 105층 높이(569m)로 건설할 예정이던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의 설계를 50층 규모 3개동으로 변경하는 방안을 검토하면서 그룹의 사업 전환에도 속도가 붙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초고층 빌딩을 지어 그룹의 위상을 과시하기보다 투자비를 아끼고 공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방향으로 계획을 변경하면서 미래 모빌리티 분야에 대한 투자 여력을 확대할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GBC 설계 변경을 통해 최대 2조원을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알려졌다. 105층 높이 초고층 건물의 공사비는 3조7000억원으로 추정됐지만, 50층 규모 3동으로 설계를 변경하면 공사비를 1조5000억원 수준까지 낮출 수 있다.
보다 낮은 비용으로 GBC를 건설하면 미래 사업에 대한 투자를 확대할 수 있게 된다. 현대차는 전기차와 자율주행차가 등장하고 UAM(Urban Air Mobility·도심 항공 모빌리티) 시장이 열리는 등 글로벌 모빌리티 산업이 빠르게 변화하는 상황에 발맞춰 막대한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 정의선 회장은 지난해 "2020년을 미래차 분야에서 가시적 성과를 내 시장 리더십을 확보하는 원년으로 삼고, 2025년까지 매년 20조원씩 총 100조원을 투자할 것"이라고 밝혔다.
2조원은 현대차그룹이 새로운 사업 분야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앞선 기술을 가진 업체를 인수하기에 충분한 금액이다. 현대차는 지난해 미국 로봇 개발 전문 기업 보스턴다이내믹스를 1조원 규모로 인수했고, 2019년에는 세계 최고 수준의 자율주행 기술을 보유한 미국 회사 앱티브와 함께 합작법인을 설립하는 데 2조원(16억달러)을 투자했다.
이런 평가는 현대차 주가에도 반영되고 있다. 현대차는 지난 2014년 9월, 한국전력(015760)으로부터 삼성동 부지를 감정가(3조3000억원)의 세 배가 넘는 10조5500억원에 사들였다. 현대차가 거대한 금액을 베팅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당시 현대차그룹 주가는 큰 폭으로 하락했다. 부지 매입 결정이 발표된 직후 불과 나흘 만에 현대차(005380), 기아차(000270), 현대모비스(012330)세 개 상장사의 시가총액이 10조원 넘게 줄었는데, 업계에서는 "현대차가 낙찰가의 두 배 값을 치렀다"는 우스갯소리도 나왔다.
그럼에도 정몽구 명예회장은 GBC 건설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부지 매입 이후 2년이 지난 2016년 7월 GBC 공사 현장을 찾은 정몽구 당시 회장은 "GBC는 현대차그룹의 새로운 100년의 상징이자 초일류 기업으로 도약하는 꿈을 실현할 수 있는 곳"이라고 했다.
100층 이상의 초고층 빌딩을 지으려면 육중한 건물 무게를 견디기 위한 기반 설계부터 강풍을 견디는 풍동(風洞) 설계 등 안전을 위한 특수 기술이 필요하기 때문에 낮은 건물 여러 개를 짓는 경우보다 훨씬 큰 비용이 들어가지만, 공간 효율성은 떨어진다. 게다가 105층 단독 타워를 세울 때보다 50층 3개 건물을 지으면 150층의 공간을 활용하기 때문에 추가 수익도 얻을 수 있다.
증권 업계에서는 최근 현대차 주가가 크게 오른 것을 두고 "초고층 빌딩 건설이라는 무리한 투자를 실용적인 방향으로 전환한 것에 대해 투자자들이 반응한 것"이라는 평가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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