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비는 위기다. 고비를 만나면 줄넘기 하듯 뛰어넘어야 한다. 뜀박질을 잘 못하면 걸려 넘어진다. 감기나 몸살을 앓을 때도 밤새 열이 펄펄 끓고 땀을 쏟아야 새벽 동이 틀 때 쯤이면 아픈 몸이 한결 나아진다.
고비는 인생의 임계점이다. 임계점은 물질의 구조와 성질이 다른 상태로 바뀔 때의 온도와 압력을 말한다. 물은 섭씨 100도에서 끓는데 99도까지는 물의 성질이 변하지 않는다. 단 1도의 차이로 물과 수증기는 물질의 구조와 성질, 상태가 달라진다.
죽을 힘 다해 달리다가 임계점 도달하기 직전 포기한 적이 몇번이던가. 고지가 눈 앞에 보이는데 불안하고 망설여서 탈환을 접은 적이 한두 번이랴. 고수와 하수의 차이는 1%의 선택에서 갈라진다. 고수는 임계점을 극복한 사람들이다. 고수는 임계점에 도달하기 전 그 1%를 위해 목숨을 건다. 수없는 고비를 견디고 꼭짓점을 돌아 임계점에 도달하기 전 활화산처럼 자신을 불태운다.
인생에는 마지노선이 없다. 최후의 방어선도 없고 물러 설 곳도 없다. 마지노선은 버틸 수 있는 마지막 한계선을 말한다.제1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 프랑스 육군장관 앙드레 마지노는 스위스 국경에서 벨기에 국경에 이르기까지 140km에 걸쳐 거대한 방어선을 구축한다. 두께 30m가 넘는 콘크리트 벽 안에는 기관총과 대전차포가 있고, 프랑스 군인들이 마음대로 오가며 병력을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는 길이 숨겨져 독일의 침공을 초토화시킬 수 있다고 장담했다. 하지만 독일은 마지노선을 피해 주변국인 네덜란드와 벨기에를 정복한 다음, 프랑스를 공격해 방어가 최고라는 전략을 무색케 한다. 마지노선의 황당한 역사를 반추한다면 마지노선은 적을 방어하는 최전선의 요새였지만 최후의 보루가 아닌, 허무하게 종말을 맞은, 방어전략의 한계를 반증하는 역사의 기록물로 남는다.
아주 특별한 인생은 없다. 달라 보여도 속을 들여다 보면 거기서 거기다. 뚫릴 수 없다는, 절대로 뚫리지 않는다는 마지노선도 함락된다. 재물을 산더미처럼 쌓고 부귀영화를 몸에 칭칭 감고 살아도 내 목숨 하나 바로 지키기에도 연연한 게 인생이다. 철벽을 굳건히 만들고 바벨탑을 하늘 높이 쌓아도 생의 장막은 작은 개미 한 마리도 물리치지 못한다. 아픈 고비를 넘기며 험난한 꼭짓점에 도달할 때마다 조금씩 돌아서고 둘러가며 생의 한계를 넓히는 지혜를 익힐 뿐이다.
인생에는 공식이 없다. 해답도 없다. 알고 맞으면 덜 아플 텐데 모르고 맞으니 더 아프고 황당한 게 인생살이다.
한계점에 도달해도 넉넉하게 웃을 수 있고, 엇갈리는 생의 길목에서 그대 모습 스쳐가도 울지 않고, 끝도 시작도 없는 생을 껴안고, 휘어져도 부러지지 않는, 공식도 해답도 없는 당신의 날들을 위해 건배!
June 21, 2020 at 12:33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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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침에] 삶의 행로에 공식은 없다 - 미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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