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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오른쪽)과 진선미 국회 국토교통위원장이 15일 국회에서 열린 당정 회의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김영배│논설위원 스물두 번째라는 대책 뒤에도 불만과 불신과 냉소와 심지어 조롱까지 이어지는 난감한 상황이 ‘개미 지옥’을 떠올리게 한다. 깔때기 모양의 허방에 빠진 개미는 발버둥 칠수록 더 깊이 빨려든다. 함정 아래쪽에 자리 잡은 개미귀신(명주잠자리 애벌레)이 경사면의 개미 쪽으로 모래를 끼얹어 탈출을 방해하는 다큐멘터리 영상 또한 부동산 시장을 둘러싼 혼돈의 은유 같다. 집값 불안이 이어지고 민심이 들끓어 정부가 궁지에 몰렸다. 여권 지도부에서조차 현 정부 주택 정책은 실패라 진단하고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의 경질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나왔을 정도니 말 다했다. 권한에는 응당 책임이 따르는 것이라, 부동산 문제 대처의 난맥에서 주무부처인 국토부가 욕받이 노릇을 하는 것은 어쩔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지금 맞닥뜨린 문제가 정책 실패에서만 비롯됐는지, 어느 한 부처 주도로 풀 수 있을 만큼 간단하고 단순한 것인지는 의문스럽다. 코로나 사태로 가중된 경기 침체 탓에 정부는 올해 들어 세 차례나 추가경정 예산을 편성했고, 이는 시중 유동자금 급팽창으로 이어졌다. 세제 강화나 공급 확대로 부동산값을 잡기엔 명백한 한계를 띤 정책 환경이다. 그렇다고 금리를 올릴 형편도 아니다. 세계 각국의 공통 고민이다. 재정 긴축도, 금리 인상도 어려운 터에 넘쳐나는 유동자금을 받아줘야 할 곳은 자본시장인데, 이쪽 사정도 나쁘다. 사모펀드 시장의 혼탁상으로 이미 들어 있던 돈마저 빠져나오고 있다. 실물 경기 사정에 비춰 자금의 물꼬가 주식시장 쪽으로 넓게 트일 것이란 기대를 하기도 어렵다. 한국은행 인재개발원의 차현진 교수는 인터넷 매체 <피렌체의 식탁>에서 “부동산값 급등의 책임을 한 기관에만 지울 수 없고, 한은도 예외가 아니다”고 했다. “저금리와 유동성 공급 확대가 근본 원인인데, 미국에서는 그 부작용이 주식시장 거품으로, 한국에서는 집값 상승으로 나타났을 뿐이다.” 차 교수는 “한은이 출구전략까지 준비하고 있어야 한다”며 “한은과 상업은행의 대출에서 부동산 담보의 역할을 낮춰야 한다”고 했다. 통화정책 집행 때 실물경제 연계성을 위주로 삼고, 비생산적인 부동산 쪽으로 이어지는 자금줄을 꽉 조여야 한다는 뜻이다. 부동산 붐은 가계 빚 급증과 더불어 동전의 양면을 이룬다. 국제금융협회(IIF)가 공개한 최신 통계를 보면, 한국은 올해 1분기 기준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97.9%로 주요 39개국 중 1위였다. 지난해 4분기 92.1%에서 많이 높아졌다. 집값과 가계 빚이 물고 물리면서 거시경제의 안정성을 위협하는 불안하고 위태로운 흐름이다. 부동산 문제에 대한 금융적 처방의 필요성을 꾸준히 제기해온 서영수 키움증권 이사가 ‘6·17 대책’ 뒤 내놓은 보고서에 눈길을 끈 대목이 있었다. “약탈적 금융이란 높은 금리로 대출을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갚을 능력(소득)에 비해 무리한 대출을 유도해 빚의 덫에 빠지도록 하는 것이다.” 부동산 대책에 포함된 규제를 소극적으로 지키는 것으로는 충분치 않으며 대출 때는 상환 능력을 따지는 게 금융의 기본이란 뜻이다. 현재 부동산 시장으로 돈이 몰리는 걸 이와 무관하다 할 수 없다.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의 역할과 책임이 큰 대목이다. 통화·금융당국만이 아니다. 부동산 문제의 심각성과 복잡함을 생각할 때 국토부만 앞세우고 뒤로 물러 앉아있어도 좋을 부처나 기관은 없다. 기왕 발표한 방안을 국회에서 입법으로 뒷받침하고, 컨트롤타워를 정비해 정책 혼선을 줄이고, 보유세를 점차로 올려가는 로드맵을 제시해 추락한 신뢰를 조금씩 회복해나가야 함은 기본이다. 각 부처의 가세, 청와대의 조율 능력이 합쳐져도 풀기 어려울 만큼 문제가 꼬이고 뒤얽혀 있다. 만사형통의 한 가지 비책 따위가 있을 성싶지 않다. 필요한 건 근본책이 아니라 총력전이다. 개미지옥에 빠진 개미가 좀처럼 탈출하지 못하는 것은 개미의 몸무게가 무겁지도 가볍지도 않아 미끄러지기에 딱 알맞은 수준이기 때문이라 한다. 2017년 국제 학술지에 실린 물리학 실험 결과에 들어 있다는 내용이다. 함정에 빠진 개미가 갑자기 다이어트를 할 순 없을 테니, 동료 개미들과 뭉쳐 몸무게를 키움으로써 마찰계수를 높여야 탈출의 기회를 잡을 수 있는 셈이다.
kimyb@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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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ly 21, 2020 at 01:31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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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햇발] 김현미 장관 탓만 할 일인가 : 사설 : 사설.칼럼 : 뉴스 -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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